금붕어가 꼭 이럴까. 뻐끔입을 하고 있는 내 꼴이 어떤지 지금 한 번 보고 싶다. 그렇게 수 초, 하지만 느낌상 겁劫이 한 번 찾아온 것 같다.
  문 밖으로 빼꼼히 고개만 내민 채 그렇게 겨우겨우 기어가는 시간을 세고 있었을까. 머릿속 생각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건만 내 입은 절로 열리고 만다.
  "그러죠…."
   나는 좀 언짢았다. 친구 부탁도 잘 들어주지 않는 나인데 이게 무슨 일이냐.
  "금방 올게요."
  내 눈치를 힐끗 살피는 게 목소리마저 기어들어간 김씨다. 슬쩍 나를 보는 그 눈빛이 참 간절하다. 그렇게 김씨는 나에게 상자를 떠밀은 순간부터 이미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징그러운 벌레 건져올리듯 그렇게 상자 끄트머리에 손가락을 겨우 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만약 내가 순발력 있게 집게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면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몰라도 분명 박살이 났을 게다. 아마 그 순간 만큼은 번개가 친구하자고 했을지도 모를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곤란하게 됐군.
  떠나는 김씨의 머리는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어깨는 날 바라보고 있다. 아직 날 의식하는 건가. 완전히 다 몸을 돌리지도 못하고, 그리운 사람과 이별 고하듯 그런식으로 걷는다. 물론 형상만.
  참 웃기는군. 헛웃음이 튀어 나왔다.
  내가 상대에게서 건내 받은 것은 500㎖ 우유팩 크기 만한 상자였다. 갈색 포장지의 꺼끌한 느낌은 그다지 싫지 않았지만 겨우 몇 백 그람되는 그 상자의 무게는 역기에 비견될 정도로 나의 마음을 거세게 억눌러 온다.
  김씨가 나에게 당부한 것은, 일러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ox택배 차가 멈추면 이 상자를 주라는 것이다. 싸인이고 돈이고 필요 없댄다. 정말 간단한 일이긴 한데, 한 달에 한 번 꼴로 그것도 편의점에서 물건 사다가 마주치는 사이인 나에게 부탁할 정도로 그렇게 지인들이 부족한가 이 말이다.
  귀찮다. 그래도 일단 움직여야겠지.
  나는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챙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채비를 나섰다.
  햇살이 내 몸을 태운다. 그 햇살에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 탄 건지도 모를 일이지. 병자처럼 마음이 어기적거린다. 그러나 발걸음은 지금 막 내 볼을 찰싹 때리고 지나간 바람과도 같이 발랄하다.
  oo 삼거리 주변.
  도란도란 뭐라고 얘기는 하는데 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소근소근한 맛이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도 모르겠군. 나는 불특정 세균에 감염되었을 법한 어느 벽에 기대어 그 목소리의 주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학가 바로 주변이니 아마 그쪽 여학생인가 싶다. 다른 건 모르겠고 카키색 가방을 들고 있으니 이제부터 카키라고 부르자.
  씨익.
  아마 나는 미쳤을런지 싶다. 마침 인적이 뜸해 주변에 시선이 가는 곳이 없어, 생긋한 목소리를 내는 카키만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카키는 맞은편 여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와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흐흐흐.
  나의 눈동자가 웃음으로 요동 친다. 시선을 돌리고 싶지만 사람도 안 지나가는데 무슨 땅을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그런데 돌연 카키의 눈동자가 웃음 친다. 나는 그것을 포착 하였다. 하이에나에게 개걸스런 집념이 있다면 나에겐 1억 화소의 쌍교정 눈이 달려 있으니까.
                                             200704281843 byecrazy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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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8 18:43 2007/04/28 18:43
byecrazy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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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 2007/04/28 21:2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생각할 시간 24념.. 그리고 총총총~ ㄳ요~

  3. 천재고양이 2007/04/30 09:2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byecrazy님 이야기 인가요...
    글을 꼭 소설처럼 쓰는것 같아요... ^^;;;
    그리고 글과 상관 없는 댓글이지만... 스킨 시원하니 이뻐요~^^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 저도 여름스킨으로 수정할까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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