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미녀들의 수다(흔히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선 '라리사'의 귀화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방송 됐었다. 참고로, 외국인이 대한민국으로 귀화하려면 한국인과 결혼을 하던지 아니면 대한민국 내에 자신의 거주지 주소가 5년 이상 있어야 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벌이가 있어야 한다. 그외에도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필기시험도 치뤄 통과해야만 한다. 아버지나 어머니 둘 중 한 명이 한국계일 경우 귀화조건은 좀 더 완화된다. 라리사는 한국인과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부모 중에 한국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의 귀화 조건을 모두 통과해서 이제는 엄연히 한국인으로서 투표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8년 1월 '미녀들의 수다' 방송분 중 진행자가 라리사에게 간단한 귀화시험 문제를 내서 테스트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진행자(MC)는 라리사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 무어냐고 묻는데 라리사는 선뜻 답하질 못한다. 라리사가 귀화한 것은 약 2년이 넘었고 귀화할 때 필기시험을 치룬 것도 그쯤 됐을 것이니 기억을 못했을 수도 있다. 실상은 기억을 못했다기 보다는 방송에서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갑자기 자신이 테스트 당한다는 것이 싫었을 수도 있고 당황스러워서 대답을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미녀들의 수다 진행자가 질문을 잘못 했다고 본다. 내가 진행자를 평가하는 것이 실례겠지만 그래도 평가를 내리자면 간혹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진행자는 라리사에게 질문을 할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라리사는 그것에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궁화'를 설명할 때 그 어느 한국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은 무궁화다'라고 말을 할까?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다'라고 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은 무궁화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나팔꽃'을 '나팔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무궁화'를 '무궁꽃'이라고 하지도 않으며 '국화'를 일부러 '나라꽃'이라고 애써 한글로 바꿔 말하지도 않는다. 라리사의 경우 역시 그렇지만 진행자는 '국화'라는 한자어로 된 발음을 최대한 한글로 순화하기 위해 '나라를 대표하는 꽃'이라고 했겠지만 이것은 외국인이 보기에 참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대한민국에서는 근래에 들어 하도 벚꽃축제를 열어재끼다 보니 일본의 벚꽃에 대한 사랑을 모르는 또 다른 3의 외국인이 보았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꽃'이 벚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궁화'를 애써 한글로 순화시켜 '무궁꽃'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국화'를 일부러 '대표하는 꽃'이라고 순화시켜 질문을 던진 자체가 그릇된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같은 한국인 조차도 헷갈릴 수 있다. 오히려 한글을 더 잘 아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대표하는 꽃'과 '국화(國花)'의 차이를 더 잘 안다는 것이다. 차라리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했다면 좀 더 나았을 것 같다. 설명이 조금 복잡해졌는데, 제목은 '외국인이 느끼는 꽃과 화(花)의 한글어법 차이'라고 해뒀지만 사실 내가 두각시키고 싶은 부분은 "단어의 일치성이 필요한 시기에 도달해 있는 한국"에 대한 것이다. 요즘은 순한글말이라고 해서 태왕사신기 라는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적이 있는 '그리워 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그린내'와 같은 순한글말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까지 인기가 되고 있다. 쉰살 먹은 중년의 한국인이라도 순한글말에 관한 지식 만큼은 아마 청소년들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순한글말이 젊은층에서 인기가 되고 또 널리 알려지는 것은 좋은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까지 써오고 있는 단어들을 순한글말로 지금 당장 바꿔 쓴다 한들 요즘은 그것이 막상 옳바른 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시기가 되어버렸다. 이를테면, 자동차 핸들을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이라고 고쳐쓰는 것이 맞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핸들이라고 쓰고 있는 지가 수십 년이 되었다. 스티어링 휠이 맞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태까지 써오던 말이고 또 혹여나 다른 사람이 못알아 들을까봐 일부러 핸들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이처럼 잘못된 표현이라도 오래 쓰인 말을 당장 바꿔버리는 것 또한 여러 혼란을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사실 순한글말로 부를 수 있는 말들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다 바꿔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주 안타깝게도 그런 순한글말에 대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바꿔쓸 수 있는 단어가 있더라도 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당장 순한글말로 모든 말을 표현한다 해서 다른 사람이 못알아 들으면 그건 오히려 익숙한 외래어를 쓰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이 홍보라는 것, 사람들에게 이것이 순한글말이라고 널리 알리는 행위는 순한글말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단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할 것이다. 본래 한국의 신문들은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었으나 그러한 한국의 신문들이 한글 전용으로 바뀐 것은 불과 15~2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이다. 신문에서 한자를 한자로 표시했을 그때까지만 해도 한자어는 한자어, 한글말은 한글말이다 라는 벽이 완전히 존재해있었다. 하지만 한자를 한글로 바꿔 표기한 순간, 그때부터 한자어에 대한 이질감과 벽은 사라져버렸고 오히려 외래어인 한자어가 되려 더 자주 쓰여버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랄까. 물론 한자어를 한글로 바꿔 표기하므로서 신문을 읽어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과연 이것이 옳바른지도 나는 이제 모르겠다. 3,40년 정도 흐른 뒤에 우리의 자손들은 어떤 글과 말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것도 참 흥미로운 의문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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